그러다 문득 깨달았지. "소문이 식당 문만 닫게 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구나. 내 마음까지 꼭꼭 닫게 만든 거야." 한찬 생각에 빠져 있던 요리사는 싱크대로 가서 물을 가득 담았어. 물속에 밥주걱을 퐁당 놓으며 또 중얼거렸어. "내 몸과 마음을 돌봤어야 했어."
- 황선애, 『오리 부리 이야기』, (주)비룡소, 2022년, 41쪽.
"확실하지 않은 말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단다." "바람이요?" "그래, 바람. 나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걸 마음대로 전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 일이냐?" 들쥐가 고개를 갸웃했어.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모를 말이었으니까. 앞치마 요리사는 멀리 호수를 내려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어. "누구나 살다 보면 소문의 바람을 맞을 때가 있단다. 태풍처럼 큰 바람을 맞을 수도 있고, 그저 마음이 살짝 아플 정도의 살랑바람일 수도 있겠지." "그럼⋯⋯요, 그렇게 바람이 불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들쥐가 조심스레 물었어. 반짝이던 눈가가 금세 촉촉해졌지. 앞치마 요리사는 잠자코 들쥐를 내려다봤어. 아주 따스한 눈빛이었어. "음, 바람이 너를 찾아가거들랑 잠깐만 멈춰 있으렴.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까지 그대로 있어 보는 거야. 그러고는 따끈한 밥 한술 떠 보는 것도 괜찮겠다. 뜨듯해진 배를 어루만지다 보면 바람은 또 형편없는 이야기를 전하러 벌써 저만큼 달아나 있을 테니." 앞치마 요리사는 새끼손가락으로 들쥐의 눈가를 살살 닦아 줬어.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단다. 하지만 이건 꼭 기억해야 해.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걸. 제멋대로 까부는 바람이 문제였다는 걸 말이다." 앞치마 요리사가 천천히 눈을 깜박였어. 꼭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아 들쥐는 마음이 편안해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