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찾아보고 싶을 구절을 기록하였습니다. 본문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책을 우선 완독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내 이름이 어때서』 차례
특별한 이름들
"오늘 여러분이 들려준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니까 여러분과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친구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다 보면 시나브로* 친구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게 될 거예요. 부디 여러분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으아, 사랑스럽다는 말은 왠지 약간 느끼했지만 선생님의 말에는 조용한 울림이 있었다.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10쪽.
이기적인 아이, 이기적
이기적인 자기 얼굴에 붙은 피자를 떼어 내더니 씨근벌떡이며 말했다.
"선생님, 나왕재수가 제 얼굴에 피자를 던졌어요!"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18쪽.
악마와 함께 한 청소
"야, 너 지금 내가 존경스러워서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3학년인 내가 6학년 수학 반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나는 고개를 짤래짤래 흔들며 말했다.
"전혀! 갑자기 네가 불쌍하게 느껴저서."
나는 팔짱을 끼고서 아주 인정머리 없이 내뱉었다.
"너, 수학 학원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엄마가 야단치지? 게다가 엄마 때문에 수학 숙제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하고!"
갑자기 이기적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물속에 비친 하늘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23쪽.
"기적이 엄마랑 너랑 실랑이를 벌이면 네가 자꾸 마음에 상처를 받을 거 같아서."
보람이의 말은 이상하게 마음을 따스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속에서 끓고 있는 화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나는 보람이에게 자못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보람아, 어른도 잘못하면 상대가 아무리 어린이라도 사과해야 하지 않니? 나한테 왕재수라고 한 건 잘못이지?"
보람이는 내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너무 고마워서 하마터면 보람이를 껴안을 뻔했다.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32쪽.
개그맨이 되고 싶은 아이, 고장선
"하하핫, 고장선 친구는 개그맨이 될 소질이 엄청 많아요. 개그맨이 되려면 자신을 잘 파악할 줄 알고 무엇보다 솔직해야 하거든요. 고장선 친구는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 내는 소질이 있네요. 그런데 왜 개그맨이 되려고 하지요?"
고장선은 잠시 멈칫거리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만날 일에 시달려 피곤해 하는 엄마가 서윤석 아저씨가 나오는 개그 프로를 보면 깔깔거리며 큰 소리로 웃어요. 저도 엄마에게 웃음을 드리고 싶어서 개그맨이 되려고요. 엄마는 아픈 아빠를 대신해서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거든요."
아이들이 숨을 죽였다. 서윤석 아저씨도 잠시 말을 아꼈다.
"아하, 그렇군요. 그렇게 깊은 뜻이!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고장선 친구가 개그를 하면서 행복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그 일을 오랫동안 즐기며 할 수 있어요."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39쪽.
서윤석 아저씨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찬찬히 눈길을 주며 진지하게 말했다.
"개그맨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뿐 아니라 희망을 안겨 주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늘 책과 신문을 가까이해야 돼요. 세상과 사람들의 모둠살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다시 고장선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같이 수학과 영어가 고장 난 사람이 개그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모두 숨을 죽였다. 3학년인 우리는 이미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게 개그맨의 조건은 아니지만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즐겁게 살기를 바랄게요. 고장선 친구, 우리 방송국에서 만나요!"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44쪽.
이기적 사고를 쳤다
보람이 얼굴이 박꽃처럼 하얬다.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48쪽.
입에 물린 웃음
슬쩍 옆 분단에 앉은 이기적의 얼굴을 보았다. 뭔가 씁쓰레한 표정이었다.
"선생님, 저는 돈도 바치고 시간도 바쳐서 얻은 지식인데 그렇게 고생해서 얻은 걸 친구들에게 공짜로 나눠 주는 건 공평하지 않아요."
역시 이기적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선생님이 씨익 웃더니 말했다.
"공부는 나만 잘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거예요. 앞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공부하면 공부가 더 잘될 거예요. 남을 도울 때 생기는 좋은 감정을 조금 어려운 말로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해요. 남을 도우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삶이 행복해져요. 행복한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와 국가도 건강해지고 평등해질 수 있어요."
이기적은 그래도 못마땅한지 얼굴에 떫은 표정이 역력했다.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56쪽.
나는 고장선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할 수 있는 한 다정하게 물었다.
"근데 나한테 배우면 자존심 상하지 않겠어?"
내 말에 고장선은 씨익 웃었다.
"배우는 데 자존심은 무슨! 개그맨이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제일 부족한 게 수학과 영어더라고. 책은 도서관에서 열심히 읽으면 되는데, 수학이랑 영어는 잘 안 되네⋯⋯."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59쪽.
'남을 도우려면 자기 것을 희생할 줄 알아야지 그냥 되는 게 아니란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거랑 같은 거야.'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59쪽.
고장선이 내 눈을 아주 간절히, 갓난아기가 엄마에게 눈을 맞추듯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59쪽.
작가의 말
여러분은 얼마나 이름값을 하는지요?
우리 조상들은 소리 내어 글을 읽을 때 글쓴이의 기운이 소리를 통해 자신에게 들어온다고 믿었습니다. 이름을 부르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상대방의 이름을 기분 좋게 불러 줄 때 그 이름이 좋은 기운으로 나에게, 또한 친구에게도 전해지게 됩니다.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67쪽.
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부모님들의 소망이 담긴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고 부끄럼 없이 살며 어려운 친구들을 모른 척하지 않고 돌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 조성자, 『내 이름이 어때서』, (주)좋은책신사고 좋은책어린이, 2016년, 67쪽.